2013 로마와 이탈리아 남부여행

[2편] 싸고 깨끗한 로마 숙소 - B&B Civico 31


2014/12/26 - [여행기목차] - 2013 로마와 이탈리아 남부여행기


이탈리아는 시작부터 좁구나 - 로마행 비행기의 모자란 수화물칸


파리에서 로마로 향하는 비행기는 작은 기종이었습니다. 국제선이라도 파리와 로마는 시간도 자주 있고 거리도 먼 것이 아니라 작은 기종을 운행하는 것 같았습니다. 비행기가 작은 덕분에 좌석 위에 있어야 할 기내 수화물 보관함이 다른 승객들의 짐으로 가득 찼습니다. 별 문제가 없겠지 하는 생각으로 거의 마지막에 비행기에 탑승했는데, 짐을 놓아 둘 자리가 없으니 참 당황스럽더군요. 승무원에게 부탁을 해 보았으나, 승무원도 더 이상 짐을 실을 자리가 없으니 좌석 밑에 짐을 놔둘 수 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할 수 없이 좁은 비행기 좌석 아래 기내용 캐리어를 눕혀 두었습니다. 캐리어는 아내의 좌석 밑에 겨우 들어갔고 아내는 캐리어 위에 발을 얹고 쪼그리고 이동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지젯 같은 저가항공도 아닌 알 이탈리아 정규 항공편 같은데 이렇게 꾸겨져서 이동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짧은 비행을 마치고 로마 공항에 도착해서 입국 수속을 하는데 너무 간단히 끝나 깜짝 놀랐습니다. 유로 (EURO) 입국 수속은 파리에서 끝내고, 파리와 로마는 국내선 개념이어서 그랬는지 아주 간단한 수화물 검사만 하고 바로 공항 입국장으로 나올 수 있었습니다. 너무 빨리 택시 타는 곳으로 나와서 처음에는 잘못 나온 줄 알았어요.




피우미치노 공항에서 로마 시내까지 택시로 고고고 !!!


편의점에서 생수 작은 병을 사서 목을 축이고 나서 택시를 타기로 했습니다. 시간이 아주 늦지는 않았는데, 숙소까지 가는 길이 좀 멀 것 같아서 택시를 타는게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로마 떼레메르 역 주변 치안이 좋지 않다거나, 버스를 탈 때 곤란한 점이 많다는 글을 많이 읽은 터라 밤 8시가 넘은 시간에 기차나 버스를 타기에 조금 겁이 났거든요. 이제와서 생각해 보면 아주 늦게 도착한 것도 아니고 숙소도 기차역이나 버스 정류장과 멀리 떨어진 곳이 아니었으니 기차나 버스를 타도 나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난생 처음 로마에 도착한 그날 저녁에는 돈이 좀 들어도 편하게 택시를 타고 싶어지더라구요. 특히 아내와 같이 있으니 조금이라도 편한 게 둘을 위해 좋을 것 같았습니다.


짐을 끌고 택시 정류장으로 나오니 한국 공항의 택시 정류장과 비슷한 풍경을 볼 수 있었습니다. 몇 몇 손님들이 짐을 끌고 택시 승객 줄에 서 있었고, 그 앞의 도로로 택시들이 줄을 서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모양 말입니다. 앞에 몇 손님들이 하나 둘 택시를 타고 떠나가고 제 차례가 되었습니다. 제 앞에 두 차선이 있었는데, 두 차선 모두 택시가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한 쪽 차선에는 조금 허름한 택시가 보였고, 건너편 차선에는 좀 더 깨끗해 보이는 택시 (나중에 자세히 보니 벤츠 브랜드의 차종인데, A 시리즈 였던 것 같습니다.) 가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없이 좀 더 강력하게 손님을 부르는 몸짓을 하는 벤츠 택시를 타려고 걸어갔습니다. 그런데 문득 한국에서 읽었던 로마 택시 바가지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로마 공항에는 일부 바가지 요금을 물리는 택시들이 있는데, 주로 벤츠 같이 고급 차종을 운영하면서 여행객들에게 높은 요금을 요구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아마 우리나라의 모범택시 같은 개념인가본데, 심하면 두배나 세배 요금을 요구하기도 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아 저 택시가 그 고급택시인가 보다. 비싼 요금을 내고 탈 필요는 없지. 쌀 것 같은 다른 택시를 타자.' 라고 생각하고 방향을 틀어 가까운 낡은 택시로 몸을 돌렸습니다. 


그러자 벤츠 택시 기사분이 큰 목소리로 부르면서 이리 오라고 손을 흔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성큼 다가오더니 로마로 가는것 아니냐고 물어보고는 큰 캐리어를 들어 트렁크에 실었습니다. 낡은 택시의 기사분은 벤츠 택시가 우선권이 있으니 그리 타겠지 하고 그냥 구경만 하고 있었구요. 영어로 몇 마디 붙여보려고 했지만, 택시 기사가 영어를 못 하는 듯 하고 (사실 안하는지 못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큰 소리로 타라고 권유하길래 어쩔 수 없이 벤츠 택시를 타게 되었습니다.


예전 터키에서 택시를 타고 요금 때문에 택시 기사와 실랑이를 벌였지만 결국 비싼 요금을 치룬 적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많이 걱정이 되었습니다. 이번에도 호갱님이 되어 비싼 요금을 물게 되었구나. 아깝지만 들고 있는 현금 안에서 어떻게 해결이 되겠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창 밖을 바라보았습니다. 즐거워야 할 여행길이 첫 일정부터 걱정으로 시작하네요.




하지만 어찌하겠습니까? 이미 몸과 짐을 택시에 싣고 있는데요. 체념을 하고 나니 창 밖 풍경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저녁 8시 ~ 9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이지만 아직 하늘에 노을이 남아있었습니다. 택시가 공항 지역을 벗어나 로마 교외로 진입하자 주변에 드문 드문 떨어진 건물들과 들판이 보입니다. 인천공항에서 김포 사이 풍경과 비슷하더군요. 택시는 점차 속도를 올려 약 150 km/h 정도로 달리고 있었습니다. 스마트폰 GPS 어플로 확인한 속도인데 생각보다 빨라서 깜짝 놀랐습니다. 이곳 고속도로 제한속도가 높은 것인지 아니면 여기도 총알택시가 있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덕분에 요금 걱정과 과속 걱정을 동시에 하면서 이탈리아의 어둑해지는 저녁 하늘을 바라보았습니다. 보통은 노을 사진을 찍었을텐데, 온갖 걱정을 하고 있어서 그랬는지 사진 찍을 생각을 못했네요.





택시는 교외를 통과해서 로마로 진입했습니다. 처음에는 Locus Pro 상 지도로만 로마에 들어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조금 지나니 로마시대 유적들이 하나 둘 보이면서 창 밖으로도 로마에 들어온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시내를 이리 저리 통과하다 어느 순간 조명을 받은 거대한 유적지를 볼 수 있었습니다. 스마트폰 지도로 확인해 보니 포로 로마노입니다. 택시는 포로 로마노를 스쳐 지나면서 주욱 진행합니다. 그런데 조금 이상했습니다. 숙소 위치는 반대편인 것 같은데, 택시는 포로 로마노를 오른쪽에 끼고 돌며 로마 중심 유적지를 주욱 지나서 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또 고민했습니다. 아 이 택시기사가 관광을 빌미로 시내를 돌아서 택시 요금을 올려 보려고 그러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또 금방 포기했습니다. 택시 타고 시내 관광을 하는 셈 치자. 바가지 요금이야 어짜피 이미 쏟아진 물이 아니겠는가 하고 말이지요. 나중에 생각해 보니 일방통행 때문에 저렇게 밖에 갈 수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 문제는 제가 로마에서 운전을 해 보기 전 까지는 확실히 알기 힘들겠지요.


택시는 로마 유적지를 돌아 마지막에 콜롯세움을 지나게 되었습니다. 밤 9시가 넘는 시간이었지만 유적지 주변은 조명으로 환하게 비춰지고 있었고, 밤 경치를 구경 나온 사람들로 명동 못지않게 북적이고 있었습니다. 오 로마의 화려한 밤이구나. 나도 저들 사이에서 야경을 구경하고 싶다! 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나중에 숙소에 도착하고 난 뒤에는 몰려오는 피로 때문에 밖을 나가보지는 못했습니다.)


택시는 좀 더 골목 골목을 돌아서 숙소 앞에 도착했습니다. 숙소 이름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도착한 곳과 숙소 주소가 일치한 것을 확인하고는 내렸습니다. 택시기사가 짐을 다 꺼내준 뒤에 요금을 이야기 하는데, 52유로를 달라고 하더군요. 혹시 바가지가 아닐까 지레 짐작을 하고 걱저했었는데, 다행히 적정 요금을 받으시더군요. 괜한 걱정을 했나봅니다. 서울에서 미리 검색해 보았을 때도 최근 요금은 로마 공항에서 시내까지 50 유로 정도 나온다고 알고 있었기에 안심을 했습니다. 돈을 내고 나니 택시 기사분이 친절해 보이네요. 택시 안에서 괜히 의심해서 미안해요. ^^;





깨끗한 로마의 숙소 - B&B Civico 31


택시에서 내려 스마트폰을 보니 숙소 주소가 가리키는 곳 바로 앞이였습니다. 그런데 호텔처럼 생긴 것물이 하나도 안 보이더군요. 조금 당황스러웠습니다. 분명히 주소는 맞는데 건물을 보니 일반 주거지처럼 생긴 5-6층 건물들만 즐비하더라구요. 프랑스나 독일에 갔을 때에는 호텔이면 호텔이라고 간판과 입구에 큰 표시가 있어서 찾기 어렵지 않았는데 로마는 다른가 봅니다. 걱정이 되어서 바로 옆 골목으로 갔다가 다시 돌아왔다가 반복했는데 역시 처음에 도착한 골목이 맞습니다. 




구글 스트리트 뷰로 숙소를 찾아 보았는데요, 바로 저 위치입니다. 조금만 떨어져 보면 호텔인지 일반 가정집인지 알 수 없게 되어 있어요. B&B라서 그런지 일반 가정집을 이용해서 숙소를 꾸민 것 같더라구요. 문 옆에 써 있는 명패를 보니 1층에 B&B Civico 31 이 있다고 나와 있어서 숙소가 이 문 안에 있다는 것을 겨우 알 수 있었습니다.


숙소를 확인했으니 안도를 하고 들어가려고 문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문이 열리지 않습니다. 안에서 잠겨 있는 것 같더군요. 옆에 초인종 같은 것도 보이지 않아 노크를 했는데 문이 워낙 크고 건물도 소리가 전달되지 않는지 아무도 신경쓰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다시 당황스러웠습니다. 피곤해서 빨리 숙소에 들어가 누워서 자고 싶은데, 들어갈 수 도 없으니 참 답답한 노릇이었습니다. 다행히 잠시 후 문이 열리면서 어떤 아주머니가 나왔습니다 아마 이 건물 주민인 것 같았습니다. 우리를 이상하게 쳐다보는 아주머니에게 영어로 여기가 B&B Civico 31 맞는지? 어떻게 하면 숙소에 갈 수 있는지를 물었는데, 아주머니께서는 영어를 잘 못하시더군요. 그래도 눈치로 B&B 손님인 것을 아시고는 1층 문으로 가 보라는 듯이 손 짓을 하였습니다. 어두운 로마 골목이 조금 무서워서 문 밖에 서 있을 수 없었기 때문에 대문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Canon EOS 20D | 28.0mm


건물 안에서 본 대문 입니다. 커다란 나무 문인데, 열쇠로 열어야 들어올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Canon EOS 20D | 28.0mm


복도에는 건물에 입주한 가정마다 받을 수 있는 우편물함이 걸려 있었습니다. 이 우편함을 보고야 이 건물 전체가 B&B가 아니라 한 층 정도만 B&B로 쓰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Canon EOS 20D | 28.0mm



1층에 있는 방 문을 보니 B&B Civico 31 이라고 적혀있네요. 숙소 문을 두드려 보았으나 역시나 대답이 없습니다. 아마 주인이 자고 있거나 없는 것 같았습니다. 주인에게 전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스마트폰으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이탈리아에서 처음 거는 전화인데 잘 걸릴까 걱정이 되더라구요. 로밍을 잘 했는지도 확실하지 않았거든요. 처음에는 신호가 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좀 당황스러워서 이것 저것 만져 보았는데, 차분히 살펴보니 국가번호를 자동으로 입력하는 기능을 켜 놓았더라구요. 그러니까 제가 또 입력한 국가번호까지 같이 입력이 되어서 전화가 되지 않았던 것 같았습니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겨우 전화가 연결되었습니다.


전화를 받은 사람은 다행히도 B&B 주인이 맞았습니다. 오늘 저녁에 오기로 한 투숙객이라고 하니 미안하다고 차가 고장나서 들어오는데 조금 늦었다고 금방 도착하니 걱정 말라고 하였습니다. 다행히도 주인의 영어가 유창하고 발음도 또박또박 하는 편이라 의사 소통하기 어렵지 않았습니다.


E-PL3 | 14.0mm


잠시 후 주인이 들어와 숙소를 열어 주었습니다. 복도에서 좌우로 있는 집이 모두 B&B로 사용되고 있었는데, 제가 묵을 방은 오른쪽에 있었습니다. 오른 쪽 문을 열고 들어오니 복도가 있고 복도 양 옆으로 방들이 4개 쯤 있는 플랏이었습니다. 사진은 제 숙소가 있던 플랏 입구입니다.






Canon EOS 20D | 12.0mm


제가 머물렀던 방 입니다. B&B 홈페이지에서 봤던 것 처럼 커다란 영화 포스터로 장식이 되어 있는 작고 깔끔한 방이었습니다. 작지만 나름대로 깨끗하고 깔끔하게 꾸며져 있어서 몇 일 지내는데 불편함이 없을 것 같았습니다. 다만 일반 주택 건물에 있다 보니 윗층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와 가족들이 파티 같은 것을 하는 소리가 잘 들리더라구요. 그리고 사진의 오른 편 위에 있는 텔레비젼은 작은 브라운관 TV 였지만 방송은 깨끗하게 잘 나왔습니다. 거의 대부분 이탈리아 말로 방송이 나와서 볼 것이 별로 없긴 했지만요.


Canon EOS 20D | 12.0mm


침대 뒤에는 캐리 그랜트와 그레이스 켈리의 "나는 결백하다 (To Catch A Thief)"의 포스터가 걸려있습니다.


Canon EOS 20D | 17.0mm


침대 앞에는 클락 게이블과 비비안 리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포스터가 걸려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밑에는 지친 투숙객을 환영하는 빵과 음료입니다.


E-PL3 | 14.0mm


이탈리아에서 처음 만난 빵과 주스. B&B 주인은 이것 저것 설명해 준 다음 돌아갔는데, 정말 Booking.com 의 평가대로 친절한 분이었습니다. 여행 업계에 일하는 분들은 의례히 친절하고 항상 미소로 대하기 마련이지만, 이 B&B 주인은 그것 보다 좀 더 친절했습니다. 일단 영어를 차근차근 말해서 영어가 서툰 저희를 배려해 주었고, 숙소 이용이나 주변 관광지까지 가는 방법을 참 친절히 설명해 주더라구요. 팔뚝에 커다란 문신들이 있었지만 보기 보다는 아주 친절한 분이었습니다.


Canon EOS 20D | 10.0mm


침실에 딸린 화장실입니다. 저렴한 B&B인터라 화장실도 작은데요, 그래도 필요한 것은 다 갖추고 있습니다. 세면대, 변기, 비데. 그리고 샤워 부스까지 있습니다. 화장실 관리 상태는 매우 훌륭했습니다.


Canon EOS 20D | 20.0mm


다만 좀 아쉬웠던 것은 샤워 부스가 너무 작다는 것입니다. 아주 좁아서 몸을 구부리기가 좀 힘들더라구요. 비누라도 떨어 뜨리면 줍는데 몇 분 걸리는 것 같았습니다. 또 온수 조절이 조금 힘들더라구요. 온수 나오는 방향과 냉수 나오는 방향 사이에 중간을 잘 선택해야 따뜻한 물이 나오는데, 조금만 옆으로 틀어져도 차갑거나 뜨거운 물이 나와서 깜짝 놀랐습니다.



이렇게 여행의 첫 날을 마무리 하고 이제 둘 째 날로 넘어갑니다. 둘 째 날에는 바티칸 대성당과 바티칸 박물관을 보게 되는데, 자전거 나라의 가이드 투어 덕분에 알차게 보낼 수 있었습니다. 그럼 다음 여행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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