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표를 보여 주고 버스에 자리를 잡고 나서 이제 좀 여유가 생기더군요. 갑자기 배가 고파져서 뭐 먹을 것을 좀 사자는 의견이 있어서 일단 버스에서 내렸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한국의 시골 버스 정류장에도 있을 법한 조그마한 구멍가게가 있더라고요. 가게에서 과자와 물을 좀 사고 버스에 올라 탔습니다. 이제 겨우 첫 일정을 마무리 하고 두 번 째 도시로 향하기 직전인데, 엄청 많은 것을 한 기분이었어요. 긴장이 풀어져서 졸음도 오고, 앞으로 남은 날도 이렇게 험난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도 들었습니다.

이스탄불(Istanbul) 오토갈에서 카라뷕(Karabuk) 까지 버스 경로. 지도로 보면 별로 멀어 보이지 않아도, 7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였어요.


이스탄불(Istanbul) 오토갈의 모습. 오른쪽 가운데 육각형 모양으로 보이는 곳이 이스탄불 오토갈입니다. Altintepsi 라고 써 있네요. 왼쪽 위 빨강 선은 버스를 타고 이동한 경로입니다. GPS를 이용해서 버스 길을 로깅해 보았어요.



버스가 출발했는데, 버스 안에는 사람들이 많이 타고 있지 않았습니다. 주 중이라서 그런지 손님이 10명도 되지 않는 것 같더라고요. 버스가 한국 고속버스보다 좀 크고 높긴 했지만, 비 슷하게 생겨서 한국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어디 놀러 가는 느낌이 들더군요. 버스가 시내를 벗어나서 점차 교외 쪽으로 빠지자 이스탄불 도시의 모습이 멀리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구시가 관광 지구에만 있어서 잘 몰랐는데, 교외 쪽으로 나오니 작은 주택들과 아파트들이 많이 보입니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모습이 서울하고 비슷합니다. 시간은 이미 늦은 오후라 해가 서쪽 너머로 뉘 엿 뉘 엿 지고 있습니다. 붉은 하늘에 실루엣으로 보이는 도시의 모습이 멋져 보이더군요. 간혹 고층 건물들도 눈에 들어오는데, 고대에 서 중세로 내려오는 이미지가 강한 이스탄불과 왠지 어울리지 않아 보이더라고요. 하지만 그러한 이미지는 제 머리 속에만 있는 것이겠죠. 이스탄불에 사는 수많은 사람들은 21세기 현대 문명 사회에서 각자 열심히 살고 있을 테니까요.

버스는 이스탄불 시내를 돌아 유럽에서 아시아로 넘어가네요. 가운데 해협을 중심으로 왼쪽은 유럽, 오른쪽은 아시아 입니다.



지나가는 버스 안에서 찍은 사진.



버스는 이스탄불 교외를 빠져나가면서 군데군데 작은 정류장에서 손님들을 더 태웁니다. 시내를 다 빠져나갈 때쯤 되어서는 버스에 남은 좌석이 거의 없을 정도로 승객들이 꽉 차더군요. 이 스탄불에서 꼭 봐야 할 것 중 하나인 보스포러스 대교도 버스를 타고 지나갔습니다. 유럽과 아시아를 갈라 놓은 보스포러스 해협을 버스를 타고 지나니 좀 김이 새는 것 같군요. 뭔가 대단한 것을 기대했는데......

버스는 계속 해안가를 따라 움직였습니다. 덕분에 바다도 보고 조선소도 보고 멋진 풍경을 계속 구경할 수 있었어요. 늦은 오후가 되니 고속도로에는 차들이 제법 늘어났습니다. 퇴근 시간이어서 그런가 중간중간 정체 구역도 있더군요. 교통사고가 난 것을 두 번 정도 보았습니다. 퇴근 시간에 길이 막히는 것은 경부고속도로 서울~수원 구간과 비슷한 것 같더라고요.

유럽과 아시아를 이어주는 다리 입니다. 다리를 지나는 모습을 찍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구글 어쓰에 나온 그림으로 대신하죠. ^^;



몇 시간이 흘러서 많이 어두워 졌을 때 버스가 휴게소에 도착했습니다. 허리도 아프고 피곤하기도 해서 잠깐 바람 쐬러 나왔는데, 휴게소 생긴 모습은 한국 고속도로 휴게소와 많이 비슷했습니다. 신기하더군요. 아시아 대륙의 양쪽 끝에 있는 두 나라에서 이렇게 비슷하게 생긴 것이 많다니 말이죠. 휴게소 안에는 음식점, 매점, 화장실 등이 있는데 너무 비슷해서 낯선 느낌이 들지 않더라고요. 마치 한국 휴게소에 터키 사람 몇 명이 들어와 있는 것 같았습니다. 게다가 매점 옆에는 찜질 방에서 볼 수 있는 자동 안마 의자와 애기들용 목마 모양의 놀이 기구까지 있더군요...... 한국 과 다른 점이라면 식당에 담배 연기의 구름이 있다는 것 정도......

이스탄불을 떠나서 내륙으로 들어가기 전에 보이던 바닷가.


버스는 이스탄불을 떠나 계속해서 아시아쪽으로 들어갑니다. 한동안 바닷가를 따라 가기 때문에 푸른 바다를 볼 수 있었어요.



휴게소 구경을 마치고 나와 보니 버스는 한창 세차 중입니다. 터키에서는 고속버스가 휴게소에 들릴 때 마다 세차를 신나게 하더라고요. 세차를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이 기다리고 있다가, 버스가 정차하고 손님들이 어느 정도 내리면, 세차를 시작합니다. 물을 담은 양동이를 하나 갖다 놓고는, 물 호스가 달려 있는 긴 솔로 창문과 차체를 깨끗이 닦아냅니다. 한 10여 분 정도 세차를 하고 나니 버스가 많이 깨끗해 지더라고요. 한국에서는 종점에 버스가 도착한 다음에 세차를 하는 것 같은데, 여기서는 휴게소에서 계속 세차를 하는 게 다른 것 같더군요. 버스 이동 거리가 길다 보니까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이스탄불에서 샤프란볼루까지 약 7시간 걸렸거든요.

터키 고속버스에는 운전기사 이외에 안내를 맡은 보조 직원이 한 명 더 탑승합니다. 예전에 우리나라 고속버스에 안내양이 있었듯이, 터키 버스에는 안내군이 있는 것이지요. 전부 다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탄 버스에는 항상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소년(군?)들이 안내를 해 주더군요. 버스가 출발할 때 짐칸의 짐도 정리해 주고, 운행 중에 간식이나 음료를 갖다 주기도 합니다. 내릴 정거장을 알려주기도 하구요.

샤프란볼루까지 타고 간 버스는 메트로 회사의 버스였습니다. 메트로 회사가 터키 버스 회사 중에 꽤 큰 회사라고 하더군요. 그래서인지 버스도 크고 깨끗하고, 기사도 운전을 부드럽게 하는 것 같았습니다. 에어컨도 잘 나오더군요. 벤츠 버스였는데 꽤 안락했습니다. 그런데 제일 인상 깊었던 것은 이 버스에 탔던 안내군입니다.

버스에서 바라본 풍경. 이 이후에는 너무 피곤해서 사진을 찍지 못했습니다. 멋진 버스 여행이었는데, 사진으로 남기지 못한 것이 아쉽네요. ㅜ.ㅜ.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는 버스.



이 안내군은 나이가 18살 ~ 24살 정도로 어리게 보였습니다. 짙은 색의 머리와 약간 까무잡잡한 피부로 보건대, 터키 시골 쪽 출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귀엽고 우리 일행한테 참 친절했는데, 결정적으로 영어를 못 하는 것이 큰 단점이었습니다. 게 다가 서비스 정신이 투철(?)해서 좀 극성인 것 같기도 했고요.

버스에 타고 보니 주변에 빈 자리가 많아서 편하게 가려고 각자 1자리씩 차지하고 앉았습니다. 그러니 안내군이 와서 꼭 지정된 자리에 앉으라고 이야기 하더군요. 영어가 안 통해서 좀 그랬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친절하게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 합니다. 근데, 친절하기는 한데 좀 고집이 센 것 같았어요. 우리가 자리를 옮길 때까지 계속 우리 옆 자리를 지키고 있더라고요. 거기다가 좌석 위 짐칸에 올려놓은 배낭이 앞/뒤 손님 자리 위까지 넘치는 것을 바로잡느라고 애를 씁니다. 좀 지나치게 자기 업무에 충실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도 기분 나쁘게 하지는 않았습니다. 말이 통하지 않아 우리에게 무언가 더 해 주고 싶어도 하지 못해 아쉬워하는 눈빛이 느껴졌었거든요. 버스가 한참 달리고 있는 중에 다음 목적지인 샤프란볼루에 대해 알아보려고 여행 책을 펴고 읽고 있었습니다. 흔들리는 차 안에서 책 읽기가 쉽지는 않아서 글씨는 대강 넘기고, 그림만 보면서 어디 어디를 구경하면 좋을까 생각하고 있었지요. 그런 와중에 옆을 지나가던 안내군이 여행 책을 유심히 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샤프란볼루란 영문 글자와 사진을 보더니 저 보고 “샤프란볼루! 샤프란볼루?” 라고 말하더군요. 그래서 간단히 영어로 ‘그래 나 샤프란볼루 간다’고 답해줬지요. 안내군은 간만에 아는 단어가 나와서 반가웠나 보더군요. 그 이후로 제 옆을 지나갈 때마다 ‘샤프란볼루 OK!’ 하 고 계속 말을 걸더군요. 유일하게 말하는 단어는 ‘샤 프란볼루’. 참 재미있는 친구였어요.

중간에 들렸던 것 같은 버스 정류장. 어디인지는 정확히 모르겠군요. GPS 로그를 살펴보면 알 수 있겠지만...


버스 경로. 길기도 합니다.



다행인 것은 시간이 많이 지나서 샤프란볼루 근처에 거의 도착했을 때 어느 정류장에서 내려야 할 지 헷갈리는 중에 계속 여기가 아니고 더 가야 샤프란볼루가 나온다고 알려주더군요. 물론 그 안내군 입에서 나온 유일한 말은 ‘샤프란볼루 OK’ 덕분에 중간 정류장에서 내려야 하나 더 가야 하나 하는 고민을 덜 수 있었어요. 여기도 한국 시골과 비슷해서 샤프란볼루 가까이 가니까 정류장도 작고 어둡고 불이 꺼져 있어서 어디서 내리는 것이 맞는지 전혀 모르겠더군요.

점차 버스는 산골로 들어갑니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는데, 강원도에 온 느낌이었어요.



버스는 캬라뷕이라는 작은 도시의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습니다. 캬라뷕은 샤프란볼루로 가는 가장 마지막 도시인 것 같더군요. 손님들도 거의 다 내리고 그 친절한 안내군도 내렸습니다. 안내군은 마지막으로 ‘샤프란볼루는 여기서 좀 더 들어가니 걱정 말고 타고 있어라’ 라는 말을 ‘눈빛’으로만 전하고는 더 어린 친구와 교대를 했습니다. 새 로 탄 안내군은 15살 정도로 되어 보였는데, 숫 기가 없었는지 말 없이 조용히 버스 기사 옆에 있는 보조 좌석에 앉아서 가더군요.

카라뷕(Karabuk) 오토갈과 사프란볼루(Safranbolu) 오토갈. 그리고 노란 색은 택시 이동.



사프란볼루(Safranbolu) 오토갈에서 마을 중심부까지 택시를 타고 5분 정도 들어갔습니다. 빨강 선은 버스를 타고 온 길, 노란 선은 택시를 타고 온 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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